제목: 40대 부부의 낙태
인테리어. 거실 - 밤
수진(40대, 배려심 많고 이해심 깊은)과 성민(40대,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은 두 자녀를 잠자리에 눕힌 뒤 지친 얼굴이 되어 대자로 철퍼덕 소파에 앉아있다. 방은 어둡게 조명이 돼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수진
(한숨)
여보, 나 말할 게 있어...
성민
(휴대폰으로 바쁘게 스크롤 중)
응? 갑자기? 뭐에 대해서?
수진
(놀려주듯이)
왜 얼굴이 굳었어?
성민
경험상 이 상황에서 별로 좋은 말이 나온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수진
사실 좀 편하게 들을 이야기는 아니긴 해. (성민의 가슴을 툭 치며) 먼저 심호흡을 먼저 해.
성민
아이고. 뭔데. 뭔데 이렇게 겁을 주는 거야.
수진
말해?
성민
그래. 준비됐어.
수진
새로운 가족이 생길 거 같아.
성민이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봄.
성민
(눈썹을 올리며)
너, 애완동물? 혹시 다른 금붕어라도 키울 생각이냐?
수진
(미소)
아니야, 알잖아. 너 몇 주전에 술먹고 실수할때 그게...
성민의 표정이 놀라움에서 걱정으로 변한다.
성민
(당황하며)
그… 그때? 아. 너 사후피임약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수진
그러게. 나도 크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지.
성민
(패닉)
또 다른 아이? 자기야, 우리는 이미 지금 있는 두 마리로도 정신없는데, 그게 지금은 경제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쉽지 않아.
성민
(살살 수진의 눈치를 보며)
알잖아. 나 이번년도 연봉 동결인거. 근데 큰애 학원비 내느라고 둘째는 학원도 못 보내고. 그런데 너희 엄마 병원비 이번에 마련하려고 우리 대출도 해서 이자도 갚아야 하고. 만약 여기서 한명 더 낳으면 너도 일 그만 둬야해. 감당할 수 있겠어? 나 혼자 벌어 수입은 줄어드는데 입은 하나 늘어나는 거라고.
수진
(착잡한 얼굴로)
아무래도 무리일려나?
성민
(약간 안도한 얼굴로) 그... 그래.
수진
그럼 어떻게 해. 지워?
성민
네 결정에 따라야겠지만 아무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잠시 침묵 속에 앉아있다. 말하지 않은 감정이 공중에 떠돌고 있다.
수진과 성민은 서로를 바라본다. 방은 정적이며, 먼 곳에서 다른 집의 TV 소리만이 거리감을 갖고 들려온다.
수진
(부드럽게)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지우자.
성민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잘 생각했어. 이미 우리는 충분해.
수진
주말에 병원 상담해볼게.
성민
같이 가?
수진
그럼 애들은 누가 봐. 혼자 갔다 올게.
성민
그래도 괜찮겠어?
수진
너 같으면 괜찮겠냐? 실수는 니가 하고 뒷처리는 내가 하고. 다음생엔 절대 여자로 태어나지 않을 거야. 너무 번거로워.
성민
(당황)
미안해.
수진
미안하면 백 하나 사줘. 뭐 숨겨둔 비상금 있을 거 아냐.
성민
아… 그건.
수진
왜 싫어?
성민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어. 사줄께.
수진
콜
무덤덤해보이는 수진의 말과 달리 그녀의 얼굴은 약간의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성민은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며 말없이 손을 쥐어잡는다.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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