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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을 통째로 삶아내다
그때 나는 여자친구를 위해 '행성을 통채로 삶아내다'라는 국을 만들어 내었다.
식탁에 앉아 내가 준비한 국을 시음한 그녀는 이건 겨우 뭇국이 아니냐고 투덜거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행성의 맨틀 껍질을 깍아내고 외핵과 내핵을 제거한 후 알맹이를 다듬어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푹 삶아 맛깔스러운 국물을 내는 것이 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주에서도 맛보기 힘든 나의 위대한 작품은 한낱 뭇국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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