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우주의 끝
부제 : 은퇴하기 전에 현금 흐름을 만들자 (feat 우리 아부지)
형아들. 은퇴하기 전에는 반드시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해!
뭐 꼰대가 하는 당연한 말 같지만 그래도 내 경험이 형들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어.
그래서 용기내서 여기 게시판에 비공개로 글을 써.
우리 아부지…
햐… 젊을 때 좀 잘 나가셨지.
핀란드에서 사우나 기계를 수입해서 한국의 온천, 대중탕 시설 공사를 하셨거든.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늘 사장님 소리를 들었고, 잘 나갈 때는 직원도 10명도 넘게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낭비도 거의 안하고 나름 재테크도 하신거 같아.
현금이 생기면 여기저기 땅을 사두셨거든.
나중 가서는 집에 소형 금고도 하나 두시더라구.
관심이 없어 이제껏 열어보지 않았지만 아마 그 안에 땅문서를 쟁여두시지 않았을까.
무주택도 아니었어.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올라가면서 정착한 서울 중심가 아파트에서 우리 가족은 현재까지 살고 있으니까(30년이 넘었네…)
흠… IMF때도… 그때가 내가 고등학생이었는데 거의 무리없이 넘어간거 같아. 우리집은.
아부지는 대출을 일으켜 무리하게 사업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때를 회상하셨어.
여기까지 좋았지.
자…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아버지 나이가 50대를 넘어가면서 사우나 기계 수입 판매가 사양 사업이 된 거 같아.
뭐 그 당시 여기저기 찜질방 문화가 막 폭발할 때라 아마도 자본력을 가진 경쟁업체들이 엄청 늘었던 것 같아.
그리고 우리 아부지는 거의 매출이 없게 되고 직원도 모두 떠나보내. 정말 이때부터 현금흐름이 끊긴 거지.
그 상황에서 매달 월급을 가정에 못가져다 주는 상황에 조바심이 났는지 무리하게 지방의 5층짜리 찜질방 시공을 하다가 건축비가 모자라 부도를 맞게 되지.
그래서 몇 십년동안 모아둔 땅들을 강제로 처분하게 된거야.
흠…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그 당시 아버지에게는 아파트 한채가 남아 있었잖아. 2000년대 초 그 당시 시가로 따지면 2억 정도 아파트!
만약 내가 아부지 였다면 아파트를 팔고 월세가 몇 백이라도 나오는 다가구를 사서 꼭대기 층에 살면서 임차인 관리만 하면 어땠을까 싶어.
나는 절대 이 아파트는 재건축이 될 수 없다고 말했지. 건축한지 50년이 넘었지만 용적률이 300%를 넘어가는 폐급 주상복합 아파트였거든. 재건축을 조금만 공부했으면 절대 사면 안되는 부동산이였던 거야.
아마도 아부지는 사기를 당하는 등 여러가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살고 있는 집만큼은 절대 처분하면 안된다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결국 아파트는 깔고 앉으면서 극단적으로 줄어든 현금흐름 때문에 아부지는 마지막으로 한가지 실수를 더 하시게 되는데…
그게 바로 본인의 모든 보험을 해약하고 현금화한거야.
보험는 보장이 될 때나 혜택이 큰거지… 해약하면 사실 몇 백 만원밖에 되지 않아. 아마 아부지는 1년도 안되는 동안 생활비로 그 돈을 다 썼을거야.
그리고 대략 5년 뒤 아버지는 암에 걸려서 허무하게 돌아가시게 되지. 물론 보험이 없어 내 저축 적금을 모조리 깬 건 비밀아닌 비밀 ㅋ.
죽으면 가지고 가지고 못하는 그 50년 된 시멘트 덩어리 아파트… 참.
자 결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젊을때는 시세 차익형 부동산(월세는 못 받지만 향후 가치가 크게 오를만한 부동산, 예-아파트 전세, 고속도로 옆 토지)에 투자해도 돼.
그런데 어느정도 나이가 되어 더 이상 사업이나 근로소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때는 수익형 부동산(임대를 통해 매달 월세를 받는 다가구, 오피스텔)을 반드시 세팅해야 해.
은퇴 후 아무런 현금흐름을 만들지 못하면 반드시 여러가지 선택의 실수를 하게 돼.
우리 아버지처럼… 사기를 당하고, 보험을 깨고…
은퇴 후 평온한 삶은 예측가능한 현금흐름에서 오는 거야.
현금흐름을 가지고 어떻게 소비하고 어떻게 저축할지를 계획하면서 능동적으로 살지 않으면 하루 하루가 막막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이 글을 보는 모든 형아들은 우리 아부지처럼 고생하지 말고 수익형 부동산을 미리미리 공부하도록 해.
ps : 그 아파트는 지금 어떻게 되었냐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결국 나를 앉혀놓고 아파트를 상속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조건이 있었어.
절대 팔지 말고 계속 여기서 살아야 한다는 거야.
나는 팔짝 뛰었지. 아무리 임종앞이라고 하지만 세수할 때마다 녹물이 나오는 이 50년된 아파트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아부지는 완고했어.
이 아파트를 팔 거면 절대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더라.
아… 시파…
그래. 알았다고 했어.
현금흐름은 없지만… 그래도 몇 억 가치가 있는데 그걸 내가 버리겠어?
“그런데 아부지. 이 아파트를 왜 팔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아버지는 내 말에 결심한 듯 크게 숨을 들이 마셨지.
“그… 그래. 이제까지 너에게 말하지 않았던 게 있다. 이 아파트를 팔면 안되는 이유는…”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넘겼어. 현금 흐름이 없어 빈곤하게 사셨던 것에 이유가 있었다라니…
“이 집 2동 816호는 우주의 끝이기 때문이다.”
“아…”
응? 지금 뭐라고 하신거지?
“네?”
그리고 미처 더 물어보기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우주의 끝. 이게 우리 아부지가 현금흐름을 거부하고 아파트를 팔지 않은 이유야.
댓글 :
(비공개) 아놔. 진지빨며 읽고 있었는데 낚였네…. (10분전)
(rurulala)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40분전)
(사토시) 뭐야. 기승전 우주의 끝이라고? (1시간 전)
(토Dragon) ㅋㅋㅋㅋㅋ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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