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5 - [과학이야기] -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그녀가 죽었다.
그리고 유언에 따라 그녀의 살아생전 모든 기억을 백업해놓은 메모리카드를 전달받았다.
메모리카드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그녀의 기억 리스트를 날짜 별로 살펴보았다.
우리가 처음 만난 데이트 장소인 비오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그리고 산부인과 분만실 침대에서 응애응애하면서 우는 아이를 처음 만난 때
함께 가족여행으로 간 미국 샌디에고 라호야 해변과 갈매기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꼬르륵 배고픈 소리가 났지만 나는 미소를 머금고 계속 우리의 추억을 감상했다.
“만약 후생이 있으면 우리 또 만나서 결혼하자.”
하지만 그때 죽어가는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한번 만나면 됐지. 뭘 또 만나려고. 난 우주먼지가 되어 더 이상 안 태어날거야.”
의외의 대답이었다. 갑자기 의구심이 들었다.
“AI!”
“네 주인님.”
“그녀의 모든 기억을 분석해서 그녀의 생애동안 사랑하는 감정을 가진 사람의 빈도를 퍼센테이지로 정리할 수 있어?”
“네. 가능합니다.”
“그럼 실행해줘.”
“네.”
역시나… 일말의 의심이었지만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순위를 확인하고 배신감이 들었다.
인생의 절반을 함께했는데… 1위는 나도 아니고 우리 아이도 아닌
영화배우 조인성이었다.
“쳇! 그래서 다음 생애는 나랑 다시 안만난다고 한거였구만.”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냉장고에서 꺼내들었다.
진실을 알아버렸지만 뭐 그래도 상관없긴 하다.
나 역시 솔직히 그녀가 1순위는 아니었으니까.
이제 나도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유 브로마이드를 이 방 저 방 붙여놓을 수 있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결혼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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