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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우리 집이 우주의 끝(소설 11화)

by 슈퍼런치박스 202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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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우주의 끝

 

부제 : 윤의 비밀




“미안하지만 그건 저희 그린피스 입장에서는 따로 공개할 계획이 없어요.”



제인은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왜죠?”



“흠… 현실적으로 이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다 새로운 지구로 이동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새로운 지구에 대한 사실을 공개한다면 아마도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어요.”



“하지만 G7이 임의적으로 선택한 사람들만 R2에서 살 수 있다는 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지구를 살해한 것도 자신들이면서.”



“맞아요. 그건 아이러니한 거죠.”



지구가 극단적으로 폭발하지 않는다고 하면 꾸준히 시간을 가지고 인류의 이동을 모색해도 될 것이다.



“선택받은 인류가 아닌 가능한 모든 인류가 이동을 하면 좋겠네요.”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해요. 아시다시피 JJ씨의 집의 다락방 공간 자체는 겨우 5명이 사람이 들어가도 비좁으니까요.”



“Gateway를 더 확장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러면 더할나위가 없겠죠. 하지만…”



제인은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저희의 정보망으로는 아직 G7이 그 정도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어요.“



사실 그린피스가 Gateway를 발견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아닌 이상 어느정도 정보 접근의 제한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회의가 끝났다. 피곤한 밤이다. 씻고 안내받아 2층으로 올라왔다.

 

파티션으로 가린 사적인 공간안에 마련된 라꾸라꾸 간이 침대에 누웠다. 

 

1인용이라 윤도 옆에 별도로 마련된 간이 침대를 사용했다.



“자?”



어둠 속 조용한 가운데 윤이 말했다.



“아니. 근데 피곤하긴 하네.”



“꿀벌이에게 너무 미안해. 이런 안 좋은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꿀벌은 윤이 정한 아이의 태명이었다.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거라 하지만 난 믿지 못하겠어. 지구가 멈추면 아마도 모든 생명체는 멸종하지 않을까?”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지구는 45억년동안 자전과 공전을 했다고. 그런데 갑자기 그걸 멈춘다. 이건 단순히 태양빛을 쬔다 못쬔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지구는 이대로 죽어버리는 거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마. 늘 방법은 있었고 인류는 방법을 찾아낼거야.”



“찾아낼거가 아니라 이미 찾았지. Gateway. 또 다른 지구 R2”



윤이 몸을 일으켰다.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그거밖에 없어. gateway를 통해 R2로 가는거야.”



“언젠가 우리도 갈 수 있을거야.”



“언제가를 말하는 게 아니야. 우리 미래는 우리가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거라고.”



나는 꽤 피곤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윤에게 몇 마디 맞장구를 쳐준 거 같다. 

 

반 비몽사몽상태에서…

 

그녀는 졸린 내 목소리를 듣더니 이내 다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사실 난 오빠에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응…”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때 윤은 꽤 심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상대적으로는 나는 너무나 졸려서 그녀가 말하는 것을 거의 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했다.



“미안해.”



거의 마지막에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이 말에 대꾸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에 다급하게 누군가가 깨우는 목소리에 일어나보니 제인이었다.



“빨리 일어나요. 우린 당장 이동해야해요.”



“네?”



“지금 1초가 급해요. 곧 경찰이 들이닥칠 거라구요.”



몸을 일으키고 나는 허둥지둥 겉옷을 입었다.



“그런데 윤은…”



제인은 내 말에 순간 망설이다가 이내  말했다.



“윤은 없어요.”



“네?” 



“일단 급해요. 이동하면서 말해줄게요.”



다른 그린피스 대원들도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노트북의 메모리를 꺼내고 일부 서류는 한 곳에 모아 폐기하는 등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윤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제인과 함께 밖에 나와 노란색 봉고차를 탔다.

 

우리를 태운 차는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덜컹덜컹거리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윤은 어디에 있죠?”



“윤이 사라졌어요.”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갑갑한 나머지 잠시 산책을 다녀올 수도 있었다.

 

아니면 입이 심심해서 간식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나선건 아닐까?

 

다른 그린피스 대원들이 그녀를 곧 찾아서 다시 만나게 될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 이동하는 것은 그녀때문이예요. 우리 위치가 지금 그대로 노출되었어요.”



“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죠?”



제인이 나에게 편지 봉투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죠?”



“그녀의 편지예요. JJ씨 머리맡에 놓아두고 간 거 같아요. 미안해요. 우리가 먼저 읽어봤어요.”



나는 다급하게 편지의 내용물을 훑어보았다.



-오빠. 그동안 미안해. 오빠를 이용할 맘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않을게. 하지만 하지만… 늘 거짓은 아니었다는 것은 이해해줘. 그리고 이렇게 떠나는 날 이해해줘. 나는 꿀벌이를 보호해야해.



“이게 단가요?”



편지는 간단했다.

 

그런 나에게 제인이 신용카드 크기의 ID 카드도 같이 보여주었다.

 

그 카드엔 윤의 앳띤 얼굴이 박혀 있었다. 아마도 몇 년 전에 찍었던 사진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름난에는 김윤이라는 이름대신 빅토리아 Park라고 적혀 있었다.



“윤이 맞긴 한데 이름이…”



“이 ID 카드는 진짜예요. 왜 그녀가 대담하게 자신의 실체를 노출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쪽에 있는 해커가 G7 정부 서버에 접속해서 매칭되는 기록을 바로 찾아냈어요. 그녀는 도미솔도 프로젝트의 멤버인 빅토리아예요.”



“네? 설마요. 그녀는 김윤인데요.”



“둘이 처음 만난게 언제죠?”



“3년 전 8월이요.”



“그 말은 몇 년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공을 들였다 는 건데…”



“네 무슨 말이죠?”



“충격이겠지만 돌려 말할 여유가 없으니 그냥 말할게요. 제 생각엔 그녀는 의도적으로 JJ씨에게 접근한거 같아요.”



“네? 그게 무슨… 제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JJ씨는 본인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JJ씨의 집 816호와 연관되어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3년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연애를 했던 것은.

 

그녀는 자신의 인생의 그 3년을 나와 공유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결과물인 뱃속의 아이까지… 

 

이것이 어떻게 거짓말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녀가 거짓으로 사랑하고 나와 결혼했겠어요.”



“미안하지만…”



제인인 냉혹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 그 동안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당신은 합법적인 816호의 주인이예요. 그 말은 당신은 우주의 끝인 당신의 집의 key와 같은 역할은 한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당신은 당신의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에 대해서 허용과 거절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예요.”

 

“당신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그건 우주의 끝인 816호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는 거예요.”



나는 말을 잃었다.

 

“그녀는 그러니까 빅토리아 박은 이미 816호가 우주의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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