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우주의 끝
부제 : 지구살해 이후의 삶
늦은 밤 2시간 동안 우리는 세번 차를 바꿔 타고 마지막에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제인과 계속 대화를 했다.
“우리 집이 새로운 지구로 가는 gateway라구요?”
“네 맞아요.”
제인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의 끝은 지구의 끝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또다른 행성의 끝이기도 하구요. JJ씨의 집은 그 양단을 연결하는 접점 그러니까 gateway가 맞아요.”
“우와… 우리 집이 엄청난 곳이었군요. 아…”
순간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실수로 집을 판다고 했을때 왜 미국과 러시아 사람들이 득달같이 찾아와 현실성 떨어지는 엄청난 자금으로 매수를 하려고 했는지.
그래… 우리 집 만이 그런 기능이 있다면 사실 몇 천 아니 몇 조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gateway는 우리 집 어디에 있는 거죠? 30년을 살면서 한번도 그런 건… 아니 조짐이라도 보지 못했는데요.”
우리 집은 그냥 튼튼하게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의 8층의 전용면적 25평 아파트였다.
방 3개, 욕실 하나, 거실과 연결된 부엌. 그게 다였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다른 세계로 연결하는 거창한 gateway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혹시 화장실 욕조에 특수한 물을 받아놓고 그 안으로 점프를 하면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것인가?
아니면 안방 문을 3번 열고 닫고 화장실 문을 2번 열고 닫고, 냉장고 문을 2번 열고 닫고 뭐 이런 식의 특정한 절차에 의해 gateway 차원의 문이 열리는 것인가?
혹시 베란다의 창문에서 그냥 뛰어내리면 또 다른 세상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다락이요.”
“다락이요?”
“네.”
“아… 다락…”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다락방.
그래 생각해보니 우리집에는 그런 곳이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곳.
어릴 때 나는 가끔 그곳에 내 소중한 만화책들을 숨겨두었다.
하지만 다락방은 일단 사다리로 올라가기엔 너무 높았고, 입구는 작았으며, 또 그 안은 너무 비좁았다.
전등조차 연결되지 않아 다락방 문을 닫으면 완전한 암흑이 되는 곳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이미 다락방의 좁다란 입구보다 훨씬 커진 덩치가 되어서 점차로 흥미가 사라졌다.
그래 우리 집에는 다락방이 있었다.
“어릴 적 그 안에서 좀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특이한 점은 없었어요. 그 다락방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정말 거기가 gateway인가요?”
“스위치를 켜야 해요.”
“스위치?”
“다락방안에는 눈에 띄지 않은 벽 구석에 전기 스위치가 있어요. 그것 on으로 바꿔야 gateway가 작동한다고 해요.”
그건 몰랐다. 애초에 다락방에 전기 스위치가 연결되어 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 G7는 그동안 저희 집에 몰래 들어와 다락방의 전기 스위치를 키고 다른 세상으로 이동을 한 건가요?”
“몰래는 아니구요. JJ씨의 아버님인 TS님께서는 도미솔도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협조를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역시 아버지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좀 이해가 안되긴 하네요. 아무리 아버지가 협조를 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나와 어머니 몰래 들락날락 할 수 있죠? 방학 동안에는 일주일 내내 집안에만 있기도 했거든요.”
“흠… 그렇게 자세한 건 저도 모르죠. 그런데 아마도…”
제인은 잠깐 머리를 갸웃거리다 대답했다.
“지금은 굳이 JJ씨의 집 현관문을 통할 필요가 없어요. 이미 10년전부터 JJ씨의 816호의 옆집, 위 아래 집들은 모두 정부 소유로 되었거든요. 그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바로 816호의 다락방에 출입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아…”
전혀 몰랐다.
다락방을 오랫동안 가보지 않아서 전혀 몰랐다.
그리고 기존의 옆집 이웃사촌들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들은 이미 정부에게서 이주하기에 충분한 돈이나 아파트 청약권 등을 받고 이사를 갔던 것이다.
“이미 일부의 탐사단은 다락방의 gateway를 통해 이미 새로운 지구 R2에 정착했어요. 그리고 G7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선발된 우주인재들을 계속 R2에 정착시키려고 했어요“
“네. 도미솔도 프로젝트를 통해서.”
“맞아요. 그런데 이번 지구 살해가 트리거가 되어서 아마도 그 계획은 더 신속하게 이루어지게 될 거 같아요.”
대화를 하는 와중에 봉고차의 속도가 점차로 줄어든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2차선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차안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주변에 아파트나 빌라촌이 보이지 않는 외곽의 드문 10미터 정도 높이와 200평 정도 되는 평범한 창고에 도착했다.
“자! 여기가 우리의 임시 아지트예요!”
제인이 5미터 높이의 거대한 창고문을 열어제쳤다.
안으로 들어가니 울먹이며 나에게 와락 안기는 누군가.
바로 윤이었다.
정신이 없어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센스있게 그린피스에서 데리고 온 것이다.
“무슨 일이야? 전화도 안되고.”
전화는 GPS 추적때문에 봉고차를 탈 때 바로 제인의 지시로 껐다.
“오빠도 이리로 온다고 해서 따라 오긴했는데 혹시 이상한 곳에 납치당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나는 미세하게 몸을 떠는 윤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안심시켰다.
제인은 그 와중에 고맙게도 따뜻한 믹스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왔다.
커피를 마시면서 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만 또 몇 십분 걸렸다.
***
의외로 안은 쾌적하게 일반 사무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십여명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층의 반은 천정까지 막힘없이 뚫려있었고 나머지 반은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었는데 침대와 샤워실 등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와 윤 그리고 제인을 포함한 여러명이 가운데 열린 공간의 의자에 둘러앉았다. 앞쪽의 가벽에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제인이 스크린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띄웠다.
Title : 그린피스 : 앞으로 우리가 할 일
1) 지구살해 공개
2) 향후 재난상황 대비
3) R2 Gateway
원하던 원하지 않던 저기 써 있는 “우리”에는 나와 윤도 포함되었다.
평온했던 일상에서 갑자기 받아 들이기 힘든 현실을 직면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사실을 전 인류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위해서 MR.Beast(구독자 1위 유튜브)와 BlackPink(구독자 10위 유튜브)의 유튜브 어카운트를 해킹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실시간 라이브를 진행할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 재난을 대비해야 할 지도 알려줘야 합니다.”
나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의 말에 따르면 지구가 멈추면 결국 지구의 반 구는 아예 태양빛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극단적인 추위 예상하건데 섭씨 -100도가 넘는 추위가 그 지역에 밀려들게 될것이다.
태양빛을 영원히 받게 되는 반 구는 편 역시 화염지옥과 같이 인간이 평범하게 살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 쪽 반 구에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못하는 반 구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낫다.
왜냐하면 땅 속 깊숙히 터널을 파고 그 안에서 적절한 지열에너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오는 지하인간이 되어…
“우리 나라는 빛을 받는 쪽인가요?”
윤의 질문에 제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몰라요. 그나마 태양의 축복을 받은 나라가 어디인지.”
“지구는 언제 자전을 멈추는 거죠?”
윤의 질문에 제인이 답했다.
“현재 돌고 있는 관성때문에 크게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저희 시뮬레이션 검토 결과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멈추게 될겁니다.”
어찌되었건 인류는 대비를 해야 한다.
“새로운 지구 R2와 도미솔도 프로젝트에 대한 것도 공유해야겠죠?”
그러나 의외로 내 말에 제인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저희 그린피스 입장에서는 따로 공개할 계획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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