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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간여행 중에 권고사직 통보(SF short 소설)

by 슈퍼런치박스 2024.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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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짜리 싸구려 특가 과거 시간여행 패키지가 인터파크 앱 알람으로 떠서 바로 구매했다.

 

4인 가족이라고 해보았자 400만원밖에 되지 않으니 엄청난 득템이 아닌가.

 

결국 그 날이 오고 우리는 타임머신 셔틀을 타고 코로나(Covid19)상황에서의 문화체험이라고 해서 2021년 초로 날아갔다...

 

와이프는 쥐죽은 듯 조용한 서울 명동의 화장품 샵들을 반나절 강제 투어하면서 투덜거렸다.



"어쩐지 너무 싸다 했더니 강제 쇼핑 시간이 할당되어 있었구만."



"그래도 이때로 와야 신라호텔도 텅텅 빈다구. 스위트 룸도 특가로 예약할 수 있고 좋잖아."



그렇게 와이프를 달래주고 있을 때 시간로밍을 통해 문자가 날라왔다.

 

회사에서 나를 해고한다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회사에서 일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일을 주지 않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직접 당해보니 기분이 별로였다.



"뭐야. 왜 심각한 얼굴이야?"



"아... 아냐. 로밍으로 스팸광고가 떠서."



모처럼 여행와서 기분내는 와이프에게 빨리 말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시간대에서 늘 1시간 기다려서 먹어야 했던 명동교자에 들어갔다. 

 

텅빈 가게안에 우리가족은 대기없이 앉아 1분안에 나온 뜨거운 칼국수를 호호 불어먹으며 생각에 잠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만약 내가 2021년 그때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회사가 준 일을 맡았더라면 분위기는 좀 괜찮아 졌을까?

 

하지만... 

 

회사는 늘 수익을 생각해야 하고... 언제가는 도태된 인간은 쓸모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아마도 기간 연장은 몇 년 더 되겠지만 어차피 나는 짤렸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2021년의 나는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원래 시간여행중에 본인과 본인과 연관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지만…

 

또 한편으로 그걸 막을래도 막을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은 없었다.

 

저녁에 호텔 로비에서 지나가는 직원에게 휴대폰을 빌려 이 시점의 나에게 문자를 보낸다.



-아마도 3개월 안에 너의 매니저가 Wi-Fi 7 관련 프로젝트를 줄건데 그걸 맡으면 2025년에는 안 짤릴거야.



스팸으로 걸러들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진지하게 고민하면 뭔가 나름대로 답을 찾을 수 있겠지.

 

하지만 만약 나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2021년에는 2살과 5살의 육아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겪었던 그 추억들까지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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