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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우리 집이 우주의 끝(소설 4화)

by 슈퍼런치박스 2024.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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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우주의 끝

 

부제 : 암흑 물질(Dark Matter)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운 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결론은 Why not!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면 파는 게 좋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구질구질한 구축 아파트의 시세는 3억이 맞고, 이 기회가 지나가면 다시 그 돈을 선뜻 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날리 만무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평생 벌어도 갖을 수 없는 10억 단위의 금액이 말 한 마디에 왔다갔다 하는 상황을 접하자 20억도 만족할 수 없었다.

 

호기롭게 억단위 금액을 불러대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얼마나 더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 전략이 필요했다.

 

러시아에게 미국이 20억 불렀다는 것을 이야기해서 금액을 더 올린다음 다시 미국에 러시아가 부른 금액을 이야기하면… 

 

30억, 

40억, 

50억 후후후.

 

아… 이래서 코인하는 사람은 코인을 못 끊는 거구만.



아침 8시. 

 

창가에 내리쬐는 아침햇살에 더 이상 누워있지 못하고 일어났다.

 

푸석한 얼굴을 씻고 이를 닦고 있는데 띵동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러시아인가 맨인블랙인가 기대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의외로 20대 평범하게 생긴 젊은 남자 한 명이 찾아왔다.

 

공장 작업복을 입고 안경을 낀 채로 주근깨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그는 서울 시청 미래계획과 공무원 김아무개라고 했다.

 

“아무개요?”

 

“아. 네. 정말로 이름이 아무개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반응에 이미 익숙한지 아무개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아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그는 현관문 밖 복도를 경계하듯 두리번 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했고 나는 공무원의 권위에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쇼파에 마주보고 앉은 후 그가 이내 입을 열었다.

 

“집을 파는 다고…”

 

“아 네. 네?”

 

솔직히 약간 놀랐다. 아니 집을 파는 게 시청 공무원에게까지 보고가 될 일인가? 그것도 아직 판 것도 아니고 팔려고 중개업자에게 살짝 한번 이야기한 것 뿐인데.

 

그는 내 표정을 살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집은 절대 파시면 안됩니다.”

 

그의 말에 이제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왜요? 등기부상 제 집인데 왜 팔면 안되죠?”

 

그러자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혹의 눈빛을 보냈다.

 

“혹시… 아버님에게 무슨 말 못 들으셨나요?”

 

“무슨 말이요?”

 

“아마도… 이야기하셨을 거 같은데요. 이 집은 함부로 팔면 안된다고.”

 

“그러니까 왜요?”

 

그는 곤란한듯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저도 여기서부터 국가보안사항이라 함부러 누설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이 집은 특별거래허가로 묶여 있거든요.”

 

“이 집이요? 아니면 이 아파트 전체가요?”

 

“이 집이요.”

 

“그런게 어디있어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시청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이 시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려고 하다니.

 

“듣고 보지도 못했는데요. 여기가 강남도 아니고 집 한채가 특별거래허가로 묶였다구요? 이 집이 무슨 국가문화재라도 되나요?”

 

“아마도… 요.”

 

그는 뭔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할 수 없어서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수밖에.

 

“이 집이 우주의 끝이라서 그런가요?”

 

그러자 그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맞아요. 역시나 TS님이 정확하게 인수인계를 하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제가 정보공개 위반을 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TS는 우리 아부지의 영문 이니셜이었다.

 

“그럼 잘 이해하셨으니까 부동산에는 다시 전화하셔서 매도할 계획이 없다고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지금처럼 이 집을 잘 관리해주시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네?”

 

“싫다구요. 이건 내 집인데요. 이거 팔면 20억을 준다는데 결혼자금으로 써야겠습니다.”

 

“결혼자금이요?”

 

“네. 제 여친이 이 집이 구리다고 못 살겠다고 해서요. 이 집 팔아 새 집에 들어가기로 했어요.”

 

“혹시 얼마가 부족하신거죠? 괜찮으시면 저희가 일부 보조를 할 수 있습니다.”

 

어라… 돈 문제를 꺼내니 아무개씨도 호기롭게 말한다.

 

“10억이요.”

 

예상보다 큰 금액에 아무개씨가 놀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네? 10억이요? 그건 아무래도… 아시겠지만 정부 예산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렇게 함부로 큰 돈을 개인에게 지급할 수는 없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무원을 위한 결혼식장 대여와 행복주택 알선 그리고 대출형식의 출산지원금 정도입니다.”

 

“후… 겨우요? 열악하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애국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어요.”

 

“흠…”

 

고민했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20억을 받나 30억을 받나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현실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3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생긴 나의 철학은… 이 세상은 공짜란 없다는 것이다. 20억이 정말 공짜일까? 내 인생의 거의 대부분의 것은 다 정당하거나 그 보다 큰 댓가를 치르고 간신히 얻어낸 것들이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네?”

 

“애국심을 들먹이며 팔지말라고 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구요.”

 

아부지와의 약속이라고 봐야 하겠지.

 

“우주의 끝이라는 게 어떤 건지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알려주셔야 해요. 그러면 팔지 않을게요.”

 

“흠…”

 

이번엔 그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잠시 전화 좀 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다른 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다음 누군가와 전화로 통화를 했다. 

 

한 5분이 지났을까? 

 

그가 다시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알겠습니다. 방금 VIP까지 이야기해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 집과 관련되어 여러가지 기밀사항 중 가장 기본적인 보안기밀까지만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일단 찬 밥 더운 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궁금한 것이 우주의 끝이 뭐냐는 거겠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대체 그게 뭐죠? 전 여기서 20년을 넘게 살았어요. 아무리 봐도 평범한 아파트라구요.”

 

“세상에는 이해할 것이 있고 그냥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곳이 왜 우주의 끝이냐고 묻는다고 그것에 대해서 저도 답변을 할 수 없어요. 다만…”

 

그는 잠시 길게 호흡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우주의 끝이 왜 중요한지는 설명할 수 있죠. 이건 마치 영토와 같은 겁니다. 남극이나 달, 화성은 인류 어느 국가에게도 점령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투자를 합니다. 왜냐면 미지의 그곳에서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죠.”

 

“여기 이 아파트가 인간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준다구요?”

 

그의 말이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 당연히 이해하기 어렵겠죠. 이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예를 들어주는 겁니다.”

 

김아무개씨가 두리번 거린다.

 

“여기 베란다가 어디죠?”

 

그리고 뜬금없이 나를 데리고 마치 자기 집인양 베란다로 갔다.

 

방의 창문을 열자 10마리 정도의 비둘기가 놀라는 기색없이 평화롭게 베란다 바닥에 앉아서 내가 흐트려둔 쌀알을 쪼아먹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부지가 아침마다 해왔던 습관이었다. 새모이를 베란다 바닥에 놓고 비둘기에게 먹이는 것.

 

물론 처음 엄마와 나는 병균덩어리라고 질색팔색을 했다. 하지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년이 되고 몇 년이 되자 이제 그 공간은 비둘기들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그려려니하게 되었다.

 

김아무개씨가 손가락으로 비둘기들을 가리켰다.

 

“이 비둘기들은 사실 비둘기가 아닙니다.”

 

잠시동안의 정적.

 

“흠… 그게 VIP까지 승인받은 국가보안기밀인가요?”

 

그는 내가 놀라는 기색없이 태연하자 오히려 약간 당황한 거 같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애초에 평범한 서울 도심가 아파트가 우주의 끝이라는 설정부터가 더 비현실적이었다.

 

“정말인데요. 비둘기가 아니예요.”

 

“흠… 그럼 뭐죠? 혹시 우주변신로봇 비둘기인가요?”

 

내가 비아냥거리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말을 이었다.

 

“사실… 이 생명체는 지구의 것이 아니라서 따로 학계에서 부르는 학명은 없습니다. 다만 우주의 끝과 관련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은 이 생명체의 우주철새라고 부릅니다.”

 

우주비둘기나 우주철새나…

 

“아무리 봐도 비둘기인데요.”

 

“사실 그게 저 새의 특징입니다. 보는 주체의 주관적 시각에 기반하여 가장 바람직한 존재로 보여지게 됩니다.”

 

아이 이 사기꾼 같으니라고.

 

그는 의아해하는 나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혹시 저 비둘기를 잡아본적이 있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요? 저 병균덩어리를.”

 

김아무개씨는 살금살금 비둘기중의 한 마리에게 다가갔다. 물론 뚱뚱한 우리 닭둘기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한번도 인간의 공격을 받은 적이 없어 아랑곳하지 않고 먹이먹기에 열중이었다.

 

김아무개씨가 비둘기 아니 우주철새를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잡았서 품안으로 안았다. 

 

역시 닭둘기는 크게 저항하는 모습없이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한번 안아보시겠어요?”

 

“제가요?”

 

“네.”

 

뭔가 반항하고 싶었지만 굳이 베란다까지와서 설명을 하는 김아무개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의 옆으로 가서 비둘기를 안았다.

 

그 순간 나는 예상하지 못한 무게에 비둘기를 아래에 떨구었다.

 

바닥에 떨어진 비둘기가 다시 아랑곳하지 않고 뒤뚱뒤뚱 걸으며 먹이를 먹었다.

 

“뭐죠? 왜 이리 무겁죠?”

 

“왜냐하면 우주철새를 구성하는 물질이 지구상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암흑물질 즉 다크매더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하는 물질말이예요.”

 

그는 다시 조심스럽게 비둘기를 잡아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날개 부분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깃털로 보호되지 않은 우주철새의 피부를 만져보실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가져다 대려고 했다.

 

“아참 조심하세요. 동상걸릴 수 있으니.”

 

그의 말을 듣고 신중하게 살짝 날개죽지 피부를 만져본다.

 

드라이 아이스보다 더 차가운 그 냉기에 나도 모르게 손을 떼었다.

 

“이게…”

 

“역시 암흑물질의 특성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체에게서 발견될 수 없는 초저온의 상태죠.”

 

“그럼 정말 이 비둘기들이 지구의 새가 아니라는 거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이 우주철새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지구상에서 풀지 못하는 여러가지 물리적 현상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시 말씀드리는 겁니다.”

 

뭔가 그의 주변에 광채가 빛난다. 

 

나는 몸을 움츠리며 나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이곳의 관리인인 당신이 반드시 한평생 이 우주의 끝을 지켜주셔야 한다는 걸요.”

 

역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나는 이런 위험한 집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물려준 아부지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원망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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