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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살해된 지구가 잠시 머무는 곳 Cyrax

by 슈퍼런치박스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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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된 지구가 잠시 머무는 곳 Cyrax



 

 

태양계로부터 324억 광년 떨어져 있는 곳에 원시 우주부터 존재했던 GN-z11라는 은하가 있다. 

 

이 은하의 한 항성속에 속한 Cyrax라는 행성에 대해서 지금부터 이야기하려고 한다.

 




지구라는 아이는 본의 아니게 죽음을 당하고 나서… 

 

잠깐 정신을 잃은 것 같았는데 눈을 떠보니 예상과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일단 지구는 몸을 일으켜 푹신한 매트리스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곳은 병원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자신의 손과 몸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지구.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의사와 간호사.



“오! 깨어났나요?”



“여… 여긴 어디죠?”



“네? 이 별이요? 아니면 우리가 있는 이 건물이요?”



지구는 의사의 반문하는 내용에 이질감을 느꼈다.

 

갑자기 이 별이라니. 당연히 여기는 지구의 인간들이 지배하고 있는 여러 나라중 하나일텐데.



“여기는 지구가 아닌가요?”



“지구라. 그곳은 당신이 생전에 살던 행성인가 보군요. 여기는 당신같은 에너지들이 임종 후 우주여행을 하다가 중간에 들리는 곳이죠.”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구요?”



놀라는 지구.



“네. 여기는 Cyrax예요.”



***

 

그곳은 지구(의 영혼이 한때 깃들어 있었던 태양계의 3번째 행성)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행성.

 

바로 Cyrax였다.

 

2개의 태양과 3개의 달을 가지고 있는 물의 행성 Cyrax

 

그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대기구조와 중력을 가지고 있었다.

 

의사로 보이는 사람에게 듣기로 전 우주의 모든 에너지(한 때 육신을 가지고 살아 있던 존재들)는 그 육신과 분리된 후 우주의 Core로 환원하기 전에 이 곳 Cyrax에 잠깐 들린다고 했다.



***

 

아이리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동사무소 직원이 나타나 지구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단발머리의 여자였고 40대 초반의 마른 의모를 가지고 있었다.

 

의사는 지구가 외관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확인을 해주었고, 아이리스는 지구에게 함께 동사무소에 가서 단지 몇 달만 머물거지만 외국인 등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으로 보이는 외부환경을 보면서  지구는 마치 고향에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지구가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그가 보기엔 지구와 비슷했다.

 

분명 자신은 죽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살아 있다.

 

가능하다면 여기서 더 머무르고 싶었다.



“여긴 정말 지구가 아닌가요?”



“네. 여긴 결코 당신이 생전에 살던 그곳 행성 지구가 아니예요.”



“사실… 나는 지구에 살던 생명체가 아니라 지구 그 자체였어요.”



지구는 아이리스의 말을 정정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네’라고 짧게 대꾸할 뿐 크게 동요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튼… 여긴 지구의 도시 환경과 비슷해요. 마치 한국의 서울 한복판인거 같아요. 길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도로를 지나가는 버스와 자가용들. 푸른 하늘 그리고 구름들.”



“그건… 당연하죠. 여긴 상대적인 감각이 통용되는 행성이거든요.”



“네? 상대적인 감각이요?”



아이리스가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이 행성의 대기에는 CY(싸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화합물의 기체가 있는데 이 화합물을 흡입하게 되면 감각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뇌의 기관에 특이한 필터 과정이 일어난다.



(기존) 감각기관 -> 감각 수용체 -> 뇌의 분석 -> 인지

(현재) 감각기관 -> 감각 수용체 -> 싸이의 환각 (전처리) -> 뇌의 분석 -> 뇌의 인지



마치 쾌락을 위한 인간의 마약과 같이 자신이 느끼는 모든 감각은 자신의 뇌의 경험에서 전처리 융합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즉 지구에서 온 아이인 지구는 이 Cyrax라는 행성을 지구로 인식하고, 지구의 강, 바다, 산등의 자연 환경으로 보고, 지구의 날씨를 느끼고,  지구의 바람소리, 파도소리, 빗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재미있네요. 그럼 내가 보고 있는 차장의 이 풍경이 사실 당신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건가요?”



“맞아요.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이 대답 역시 당신이 듣기 원하는 대로 인지하고 있어요.”



“그럼 뭐가 사실이고 뭐가 거짓이죠?”



“글쎄요. 모든 것이 뒤엉켜 있어서 그것을 둘로 구분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

 

동사무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주민등록증에 사용할 사진을 찍었다.

 

전산에 적을 이름을 기록해야한다고 이름을 다시 말해달라고 했다.



“지구요.”



“성은 없나요?”



성이라.. 지구는 한 명밖에 없어서 과거에는 성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김지구. 성은 김씨라고 해주세요.”



지구는 죽기 바로 전 즐겨 들었던 Kpop 음악들을 흥얼거리며 한국의 성 하나를 문득 사용하고 싶어졌다.

 

타다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리스가 전산입력이 완료되었다고 빙그레 웃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주민등록증 카드를 받아든 지구.



“이젠 어떻게 해야 하죠?”



“잠시만 기다려요. 조금 있으면 공익요원이 와서 김지구씨를 위해 배정된 행복주택으로 데려다 줄 거예요.”



김지구는 옆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공익요원을 기다렸다.



“혹시 뭐 더 궁금한게 있나요?”



아이리스의 말에 김지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얼마나 살아야 하는 거죠?”



그녀는 김지구의 말에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당연히 김지구씨에게 달려 있어요. 이 곳 Cyrax에서 본인이 얻어야 할 해답을 찾으면 그때는 당연히 이곳을 떠나게 되는 거죠?”



본인이 얻어야 할 해답이라…

 

아이리스는 무언가를 말했고 지구는 무언가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의도가 이것이 맞는 것일까?

 

김지구는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이곳을 떠나면 어디로 가는 거죠?”



“그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답을 해줄 수 있어요.”



그녀는 말했다.

 

이 행성을 떠나 마지막에 도착하는 종착지는 바로 우주의 Core라고.

 

우주의 Core에 가면 자신의 에너지가 그대로 Core의 일부가 되면서 불멸의 영혼이 된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완전히 유에서 무가 된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에서 유가 된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것은 rese이었다.

 

아니 rebirth였다.

 

그건 꿈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현재의 자신으로서는 영원히 깨지 않는 꿈.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죽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요. 그 것을 위해 김지구씨 당신은 이 곳에 오게 된 거랍니다.”



“해답을 찾기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흠… 이곳은 유토피아예요. 해답을 찾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원하는 대로 상상하고, 좋아하는 것은 경험하고, 행복했던 것을 다시 떠올리면서 그냥 살아도 된답니다.”

 

그녀가 영…원 …히…라고 또박 또박 말을 하는 사이 레게 머리를 하고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흥얼거리는 갈색 피부의 남자 공익요원이 문을 열고 나를 데리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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