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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살해된 지구를 되살리는 방법(도입부)

by 슈퍼런치박스 202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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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살해당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처음 지구가 살해당했을 때는 곧 세계가 암흑이 되고 인류가 멸망하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구가 과연 살해당한 것이 맞나 할 정도로 평온한 하루 하루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사람들의 마음속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빈번하게 시비가 붙는 일들이 벌어졌고, 강력범죄도 어느정도 증가했다.

 

기존에는 종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기독교나 불교, 천주교를 자발적으로 찾아가서 독실한 신자가 되었고 더불어 이 혼란한 틈을 타고 활성화되는 신흥 사이비종교도 많이 늘어났다.

 

염세주의에 빠져 퇴사하거나 학교를 퇴학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은둔족도 생겼으며 멸종이 오는 것을 보기전에 미리 죽고 싶다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구가 죽은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인간 사회가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즈음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정부는 기존에 준비하고 있는 대안 프로젝트들을 언론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첫 번째는 화성에 극비리에 건설된 거주기지였고 이것은 사실 거의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지구의 인류는 현재 100억이 넘었고 화성 거주기지가 포용할 수 있는 인력은 만 명이었다.

 

즉 이 대안은 전체 인류에게 그다지 효용성이 없는 대안이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지구 찾기였고, 이것도 과거 20년전부터 준비해온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어느 정도 해법이 나왔다고 했다. 

 

세계 정부는 지구에서 324억 광년 떨어져 있는 GN-z11 은하에서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을 발견했다. 그 행성은 사이락스(Cyrax)라고 명명되었고. 2개의 태양과 3개의 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324억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에 어떻게 가느냐고?

 

물론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냉동캡슐에 몸을 맡기고 그 행성에 도달할때까지 잠들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 과연 누가 선뜻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상대성 이론의 최고 속도인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셔틀이 있다고 해도 32400000000년을 잠들고 있어야 한다.

 

굳이…

 

그럴 바에는 그냥 지구에서 종말을 맞이하는 게 낫겠지.

 

하지만 정부는 다 생각이 있었다.

 

4차원 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워프와 비슷하게 공간을 어그러지게해서 찰라의 순간에 그 행성으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그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중력과 지구와 비슷한 대기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이 특별한 호흡기 마스크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 숨을 쉬며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미 Cyrax에는 지구와 비슷한 형태의 계획도시가 설치되어 있었고 만 명의 인간들이 파일럿 형태로 생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이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가지 bottlenect이 있었다.

 

바로 행성간 이동이 가능한 워프홀이 특정 위치 한 곳에 한정되어 있고 또한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 한명이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높이와 폭이었다.

 

즉 그 말은 현재 지구 인구 90억이 모두 이 워프홀을 통해 이동하는 것은 지리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이 글의 제목에서 이미 밝힌 대로 살해된 지구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살해되었는데 다시 되살린다고?

 

그럼 살해되었다의 주어가 생명체가 아니란 의미란 말인가?



물론 지구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구가 살해당했다고 했을 때 나는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상황이라고 이해했고 어느새 지구를 평범한 생명체와 동일시 여겼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지구의 상의 모든 인류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되살린다고?

 

그 말은 마치 동일한 모델네임을 가진 TV를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과 같았다.

 

애초에 지구는 살해당한게 아니라 망가진 거였고… 그래서 같은 규격의 부품을 갈아끼우면 아무런 문제 없이 동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의문에 속 시원하게 답변을 주는 사람은 주변에 없었고, 나는 빠르게 내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지구도 다시 살려낼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누가 TV의 개발IP를 이해하고 드라마를 본단 말인가?

 

지구 과학 전문가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 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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