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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고 싶어도 사줄 수 없어서
요 근래 투자했던 주식 가격이 오르면서 제법 몇 천만원을 땄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플렉스를 해볼까하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그냥 숫자로 이루어진 사이버머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큰 감정의 변화없이 계속 투자를 진행한다.
“돈 좀 벌었어?”
와이프가 주식어플을 열어보고 있는 나를 보고 툭 말을 걸었다. 나는 어플의 수익률을 가리켰다.
“이것봐. 이게 번거야.”
“오! 그럼 나 백만원만 줘.”
짐짓 경계하는 얼굴로 어플을 껐다.
“뭐하게?”
“그냥. 용돈하게.”
잠시 생각하다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기분이 좋아져서 금방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그녀.
나 역시 돈을 벌어서… 그 여유돈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고민없이 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싸. 돈 받아서 이번에 새로 나온 다이슨 신상 헤어드라이기 사야겠다.”
…
…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와이프를 만나기 전 너무나 금전적인 여유가 없을때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좋지 못한 결말로 헤어졌는데…
바로 헤어지기 전 주인가…
같이 백화점에 갔다가 그 당시 유행하던 힙한 모자를 산다 길래 내가 큰 맘먹고 사준다고 했다.
“니가 왜 사줘? 내가 살거야.”
앙칼진 목소리로 거부하는 그녀가 의외였다.
마음이 멀어지니 그녀도 내 호의를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로 늘 그 때 기억이 가슴에 남아서…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호의를 받아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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