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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주고 싶어도 사줄 수 없어서

by 슈퍼런치박스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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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고 싶어도 사줄 수 없어서 



 

요 근래 투자했던 주식 가격이 오르면서 제법 몇 천만원을 땄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플렉스를 해볼까하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그냥 숫자로 이루어진 사이버머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큰 감정의 변화없이 계속 투자를 진행한다.



“돈 좀 벌었어?”

 

와이프가 주식어플을 열어보고 있는 나를 보고 툭 말을 걸었다. 나는 어플의 수익률을 가리켰다.

 

“이것봐. 이게 번거야.” 

 

“오! 그럼 나 백만원만 줘.”

 

짐짓 경계하는 얼굴로 어플을 껐다.

 

“뭐하게?”

 

“그냥. 용돈하게.”

 

잠시 생각하다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기분이 좋아져서 금방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그녀.

 

나 역시 돈을 벌어서… 그 여유돈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고민없이 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싸. 돈 받아서 이번에 새로 나온 다이슨 신상 헤어드라이기 사야겠다.”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와이프를 만나기 전 너무나 금전적인 여유가 없을때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좋지 못한 결말로 헤어졌는데…

 

바로 헤어지기 전 주인가…

 

같이 백화점에 갔다가 그 당시 유행하던 힙한 모자를 산다 길래 내가 큰 맘먹고 사준다고 했다.

 

“니가 왜 사줘? 내가 살거야.”

 

앙칼진 목소리로 거부하는 그녀가 의외였다.

 

마음이 멀어지니 그녀도 내 호의를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로 늘 그 때 기억이 가슴에 남아서…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호의를 받아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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