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위해서 나이 분리
내 나이 45살.
이미 아이와 와이프가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런데 우연히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린 바에서 맥주 한잔을 먹고 있는데 입구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여자를 보게 되었다.
옷입는 스타일이며, 내 앞으로 걸어가는 걸음걸이며, 그녀가 지나가면서 흐르는 그녀의 향수와 채취.
그리고 그녀의 생기있는 미소.
한 눈에 반한 것 같다.
이를테면 운명의 여자를 이제서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가 내 옆에 앉아 나와 동일한 맥주를 주문했다.
“...”
그녀는 내가 그녀를 바라보고 머뭇거리는 것을 알아챘는지 나에게 물었다.
“뭐 이상한게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죠. 너무 아름다워서 이 세상 사람이 맞나 이상하죠.”
그녀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
“농담이죠?”
“아뇨. 진심이예요.”
“흠… 기분은 좋네요. 그런데 저에게 관심을 보이기엔 나이가 좀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45살이랍니다.”
“전 25살이예요.”
그렇구나. 우리 사이에는 20살 세월의 간극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였다.
“조금만 기다려줘요.”
나는 그녀에게 말하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25살과 20살로 내 자신을 분리했다.
사실 25살의 여자라서 30살 정도가 적당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려면 15살 미성년자만 남겨지게 되어서 남은 가족을 돌보기가 좀 그랬다.
25살의 내가 20살의 나에게 말했다.
“와이프랑 아이는 잘 보도록 해.”
“그녀에게 바로 갈거야?”
“응.”
새로운 운명의 그녀에게 끌리는 마음은 분리할 때 25살의 내가 모조리 가지고 가서 그런지 20살의 나는 그다지 큰 미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20살의 나는 45살의 내가 느껴야 하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오롯이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여자에 대한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25살이 내가 화장실을 나갔다.
20살의 내가 남아서 화장실의 거울속 나를 바라본다.
젊어졌기 때문에 45살의 내가 가지고 있던 히끗히끗한 구렛나루 대신 흑단빛 풍성한 머리카락과 매끈한 피부가 거울속에서 반짝였다.
20살의 나는 거울속의 자신을 보고 중얼거렸다.
“와이프가 좋아하겠군. 남편이 젊어져서.”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배속 남자의 사랑 (91) | 2024.04.18 |
---|---|
파묘 - 꿈 속의 할머니 (140) | 2024.03.22 |
시간비틀기 (84) | 2024.03.19 |
살해당한 지구를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 # part 2 (102) | 2024.03.12 |
살해당한 지구를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 # part 1 (111) | 2024.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