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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간비틀기

by 슈퍼런치박스 2024.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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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간비틀기

 

 

 

어느날 나는 ‘시간비틀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과거로 되돌리는 기술 중 하나인데 내가 지목한 특정 하나의 물건을 과거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물론 주변은 현재 상태 그대로인 것 같다.

 

나는 이 능력을 비틀기라고 명명했는데 그 이유는 특정한 사물을 보고 엄지와 검지를 붙인 상태에서 허공에서(굳이 그 사물에 접촉할 필요는 없다)  반시계방향으로 비트는 제스추어를 취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어느날’ 이라는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많이 내렸다.

 

우산을 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운동화가 추적추적 젖어들기 시작했다.

 

축축하고 물컹한 그 운동화를 신고 겨우 집에 들어왔는데 몹시 기분이 나빴다.

 

그 운동화는 바로 전날 생일 선물로 받은 검은색 나이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으로 빌었다.



‘이 운동화가 뽀송뽀송했던 30분 전 학교앞의 그 상태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라고.



그리고 무심코 엄지와 검지를 붙잡고 시계의 시침을 돌리는 것처럼 비틀었다.

 

그런데 확연하게 축축하게 젖었던 운동화가 점차 뽀송뽀송해졌다.

 

내가 더 세게 비틀자 되돌아가는 시간은 더 빨라져서 두 세번 정도 비틀자 이미 30분 전의 상태를 지나서 전날 상표태그가 그대로 붙어 있는 상태로 되돌아갔다.



“우와…”



그때서야 나는 내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비틀기’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 후로 나는 내 능력에 대해서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보았다.

 

그리고 내 능력에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이 함께 주시하고 있는 물건은 아무리 내가 시간비틀기를 해도 효과가 없다.

 

아마도 이건 다른 사람이 주목한다는 의미가 그 물건의 현재시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시각적으로 상상을 한다면… 물건을 보고 있다는 것은 그 물건과 사람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물을 보고… 그 사물과 연결된 보이지 않는 끈을 잡고 시간비틀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다른 이도 동일한 사물을 보고 있으면 그 사물은 나와도 끈이 연결되어 있고 다른 이에게도 끈이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내가 끈을 잡고 비틀어도 다른 끈이 있기 때문에 비틀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시간비틀기의 대상은 생명체는 될 수 없다.

 

하아… 만약 되었다면 훨씬 신나는 일들이 많았을 텐데 아쉽지만 생명체를 대상으로는 시간비틀기가 적용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늙은 사람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것은 안될 뿐더러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부상을 당했다고 치면 나는 시간을 되돌려 그 사람이 다치기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었다.

 

하아… 돌릴 수 있으면 영웅이 될 수 있는 건데… 하아…



셋째. 시간비틀기의 시간제한이 있다.

 

뭐 물론 100만년 전이나 원시지구 상태까지 돌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1년 지나 부패한 황동 통조림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본 결과 부패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 좀 더 신선도가 요구되는 우유나 나물 등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본 결과 최대로 가능한 시간비틀기의 시간은 10일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넷째. 시간비틀기의 대상 크기의 제한이다.

 

하아… 역시 제한이 있었다. 

 

만약 이게 무제한이라면 무너진 빌딩을 다시 복구할 수도 있고, 고속도로에서 10중 추돌이 난 교통사고도 되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되돌릴 수 있는 것은 무게 30kg이 한계였다.

 

독립적인 형태를 가진 30kg 이내의 무게를 가진 사물이 내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뭐 더 꼼꼼하게 조사를 해보면 다른 제약사항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이 정도의 제약사항을 가지고도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벌일 수 있어서 나는 크게 불만스럽지 않았다.

 

아니… 남들이 가지지 못한 이 능력에 대해서 오히려 감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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